‘조선족’은 중국 소수민족 56개 중 하나의 민족이다.
대개 구한말과 일제강점기에 한반도에서 간도 및 중국 각지로 이주해 정착한 한민족의 후손들을 이르는 말이며 넓게는 한국계 중국인 모두를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전혀 차별적인 표현이 아니고, 그들의 명칭을 한국어로 번역한 것일 뿐이다. 그러나 2018년부터 서울시는 ‘조선족’이라는 표현을 차별적 행정 용어라며 ‘중국 동포’로 순화해 쓰기를 권장하고 있다.
어쩌면 이때부터 ‘중국 포비아(합성어, 중국+제노포비아Xenophobia, 외국인 또는 이민족 집단을 혐오, 배척이나 증오하는 것)’가 시작 되었을지도 모른다. ‘동포’란 한마디로 표현하여 한국인의 피가 조금이라도 흐르는 외국인을 칭하는 말이다. 하지만 이 단어가 우리에게 주는 심리적 온도는 매우 뜨겁다. ‘동포’란 호칭은 무언가를 기대하게 하며, 관심을 갖게 만들고 가슴을 뜨겁게 만든다. 그만큼 서로 친밀하고 가깝다는 포괄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대림동에서 중국인(조선족, 중국 동포)간의 살인 사건이 있었다. 각종 언론 매체에서 ‘중국 동포 살인 사건’이라는 제목으로 많은 뉴스를 내보냈다. 수많은 기사의 댓글을 보면 ‘중국 포비아’를 느낄 수 있다. 만약 중국이 아닌 타국가의 외국인간의 살인 사건이 있었다고 해도 같은 반응이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그래서 호칭의 심리적 온도에 대해 다시 한번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좋을 때는 ‘중국 동포’, 안 좋은 때는 ‘조선족’이라는 호칭을 사용할 수는 없다.
‘중국 포비아’ 현상이 더 크게 번지기 전에 호칭에 대한 정리가 필요한 때이다. 중요한 것은 순화해 쓰는 ‘중국 동포’라는 중국어가 없다는 것이다. ‘조선족’이라는 호칭은 나쁜 뜻이 아니며 비하적인 표현이라고도 볼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조선족’ 그리고 ‘중국 동포’에 크게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고, 다르게 느낄 필요가 없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인식 속에는 이미 좋고 나쁨이 자리 잡혀 있기 때문에 어쩌면 앞으로 우리에게도 그들에게도 ‘조선족’도 아닌 ‘중국 동포’도 아닌 새로운 호칭이 어울릴 지도 모르겠다.
김소현 수석연구원
한국외대 글로벌문화콘텐츠학과 박사 수료ㅣ경희대학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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